프랑스 명문가의 칠레 와인, 에스쿠도 로호 그란 리제르바 2022

얼마 전 신세계백화점 와인 행사에서 아주 반가운 와인을 만났습니다. 바로 '에스쿠도 로호 그란 리제르바(Escudo Rojo Gran Reserva) 2022'입니다.

한때 한국에서 국민 와인으로 불릴 만큼 인기가 많았죠. 강렬한 붉은 방패 로고와 세련된 병 디자인에 이끌려 오랜만에 한 병 데려왔습니다.

단순히 맛만 좋은 게 아니라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명문가의 스토리가 담긴 이 와인, 내돈내산 시음 후기와 배경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1. 에스쿠도 로호 그란 리제르바 2022 스펙

Escudo Rojo

• 종류 : 레드와인
• 빈티지 : 2022
• 생산국 : 칠레 > 마이포 밸리
• 생산자 : 바롱 필립 드 로칠드 (Baron Philippe de Rothschild)
• 품종 : 까베르네 쇼비뇽 39-44%, 까르미네르 39%, 시라 9-11% 
• 낮은 당도, 중간 산도, 조금 무거운 바디
• 도수 : 14%
• 용량 : 750ml
• 특징: 보르도 스타일의 블렌딩으로 구조감이 탄탄함

2.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로스차일드" 가문 이야기

이 와인의 생산자인 로칠드(프랑스어)는 영어로 로스차일드입니다. 뭔가 익숙한 이름이죠. 바로 세계적인 유대인 금융재벌 가문 로스차일드입니다. 

보르도 5대 와인 중 2개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라피트 로칠드)가 로스차일드 가문 소유일 정도로 와인에 진심인 가문입니다. 

바통 필립 드 로칠드는 프랑스 보르도 전통의 와인양조기술과 칠레의 뛰어난 테루아(포도 재배환경)를 결합해, 신대륙 와인임에도 프랑스 와인의 품격과 밸런스를 담아내었습니다. 즉, 칠레 와인이지만 프랑스 와인의 품격이 느껴지는 가성비 와인인 셈이죠.

3. "에스쿠도 로호" 이름의 비밀

와인 이름인 'Escudo Rojo'는 스페인어로 '붉은(Rojo) 방패(Escudo)'를 뜻합니다.

• 재밌는 사실: 로스차일드(Rothschild) 가문의 이름 자체가 독일어로 붉은(Rot) 방패(Schild)에서 유래했습니다.

즉, 이 와인은 가문의 이름을 칠레식(스페인어)으로 번역하여 내건 간판 와인입니다. 라벨에 있는 붉은 방패 문양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가문의 자존심을 상징한다는 걸 알고 마시면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4. 시음 후기: 이름값을 하는 맛일까?

라벨에서 느껴지는 클래식함이 맛에서도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1. 향 (Nose)
   • 코르크를 열자마자 잘 익은 검붉은 과일 향(블랙베리, 체리)이 풍성하게 올라옵니다. 오크 향이 은은하게 받쳐주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2. 맛 (Palate)
   • 바디감: 묵직합니다. 하지만 혀를 조이는 떫은맛(타닌)이 과하지 않고 부드럽게 다듬어져 있어 목 넘김이 편했습니다.
   • 밸런스: 칠레 와인 특유의 진한 과실 맛에 프랑스 와인의 우아한 구조감이 섞인 느낌입니다. 전체적으로 튀는 맛 없이 밸런스가 아주 훌륭했습니다.
3. 페어링
   • 저는 치즈와 함께 먹었는데, 와인의 힘이 좋아서 양고기나 소고기 스테이크, 혹은 피자처럼 기름진 음식과 먹으면 훨씬 더 맛있을 것 같습니다.

5. 총평

'에스쿠도 로호'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낮은 와인입니다.

• 추천 대상: 와인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 활용: 라벨이 고급스럽고 '성공한 가문'의 스토리가 담겨 있어 집들이 선물이나 비즈니스 선물용으로도 강력 추천합니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붉은 방패가 보인다면 고민 없이 집어오셔도 좋습니다!